다아 알리아가 활짝 폈다.
시나브로 거시기하더니....
"햐~이쁘다!"
"저거 이쁘지"
"어디?"
"저거"
화원에서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을까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달리아였다.
지난해 늦은 봄날 산림조합의 묘목 및 화분 판매장에 구경 갔다가 달리아 꽃의 탐스러움이 너무 예뻐서 화분을 하나 사 왔었다.
한송이는 만발하였고 한송이는 몽우리가
되기 시작했다.
한여름 꽃구경을 잘하였는데 가을이 되면서 꽃도 잎도 시들해져 갔다.
탐스러워 아름답게만 쳐다보던 꽃송이가 시들해지니 시야에서도 멀어져 갔다.
그렇게 방치하다시피 하여 가을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출근 시간에 라디오에서 달리아 재배 방법이 나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집에 있는 화분의 달리아가 생각나서 솔깃했는데 방송 시간이 끝날 무렵이어서 구근이 어떻고 보관이 어떻고 하는데 자세히 듣지 못해 아쉬웠다.
그간에는 봄이 되면 뿌리에서 새싹이 올라와 때가 되면 저절로 꽃을 피우는지 알았었다,
국화처럼,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달리아 키우기를 검색했다.
여러 해 살이 화초로 여름철에 꽃이 피고, 뿌리에 작은 고구마처럼 구근이 달려있어 그것을 겨울 전에 캐서 겨울철에 얼지 않게 보관하였다가 봄에 심으면 싹을 틔울 수 있다고 되어있었다.
일요일이 되어 화분에서 시들어 있는 달리아 줄기를 잘라내고 화분을 뒤집어 흙을 쏟아 놓고 흩트려 보니 작은 고구마처럼 생긴 것이 네 개가 달려있었다.
그 구근을 어떻게 보관할까? 하다가 일단 화분에 다시 깊게 묻긴 했는데, 거실에 놔두면 온도가 너무 높을 것 같고 밖에 내놓잖이 한겨울에 얼 것이 염려되었다.
그래서 현관 밖 복도 구석에 놓아두었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3월이 되어서 달리아 구근을 심었다.
좀 일찍 심으면 꽃을 일찍 볼 것 같은 생각에 그 구근을 꺼내 화분 하나에 구근 하나씩을 떼어 네 개의 화분에 나누어 심어서 옥상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놔두고 물을 듬뿍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서 옥상을 올라가 보았다.
그대로였다.
또, 일주일이 되어 올라가 보았는 데도 움트는 조짐이 없었다.
아직 쌀쌀해서 그런가?
한 달이 되어도 여전했다.
하나를 파보았다.
심은 상태 그대로였다.
뭐가 잘못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뭐 때문일까?
혹시 꽃샘추위 때 얼었었나?
일찍 꽃을 볼 욕심 때문에 너무 일찍 심었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됐다.
다 철이 있는 것인데....
일찍 심었으면 밤에는 덮어주고 낮에는 열어주고 관리를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또, 열흘 정도 지나 4월 중순쯤 한 화분에서 뭐가 삐쭉하게 내밀었다.
달리아 이기를 바랐다.
미지근한 물을 살짝 주었다.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는 것이 보였다.
점차 잎이 되어 갔다.
달리아가 맞다.
그런데 어찌 다른 화분들은 징조가 없는가?
이상했다.
아니, 이상할 것도 없이 꽃샘추위 때 얼어 죽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틈에서 어찌 죽지 않고 살아 나온 것이 더 이상하였고 고마웠다.
그렇게 살아 나온 것이 잎이 자라고 줄기가 자라더니 꽃대궁이 올라오고 시나브로 거시기하더니 활짝(?) 폈다.
그런데 꽃대궁이 너무 많이 올라왔다.
지난여름에 보던 그 달리아 꽃이 아니었다.
그때는 꽃대궁 두 개만이 쭉 올라와서 꽃송이가 탐스러웠었는데....
아하! 곁가지 나오는 것을 떼어주어야 했는데 미처 몰랐구나!
즉, 계획을 세워서 꽃대궁을 두 개나 세 개만 남기고 모두 적심을 해 주어야 튼실하고 탐스러운 꽃을 볼 수 있는 것인데....
해 질 무렵 커피를 한잔씩 들고 옥상으로 갔다.
흐릿하게 석양이 물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왜 이래요"
"뭐가요?"
"키는 안 크고 꽃망울만 잔뜩 나오고 있잖아요"
"그러게요.
꽃만 많이 보라고 그러나 보지요"
"커다랗고 탐스럽게 필 줄 알았었는데...."
"내가 그렇게 키울 위인이나 되겠어요.
이만한 것도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그럼 올해는 자연스럽게 꽃이나 많이 보고 내년에는 위인 좀 돼 보시지요"
"위인"
"ㅎㅎ"
"ㅎㅎ"
옥상에는 적으나마 상추, 고추, 가지도 함께 자라고 있다
달리아가 피기 전에는 상추가 한층 돋보여 한몫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