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어느 한여름 저녁

필곡 2026. 8. 11. 21:15

해거름녘에 바지게를 지고 사립문을 나섰다.
저수지를 돌아 올라가는 발걸음이 조금씩 빨라졌다. 서산 그림자가 콩밭을 덮고 있었다.
보리를 베어내고 심은 콩밭이었다. 밭고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콩잎이 어우러져 있었다. 길게 뻗은 콩밭 저쪽 끝자락에는 고추도 있고, 옥수수도 있고, 오이도 호박도 참외도 수박도 있었다. 밭둑에는 강낭콩과 동부콩 줄기들이 옥수수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이것저것 잘 익은 것들을 골라 따서 바지게에 실었다. 쇠풀도 둬 아름 깎아 그 위에 덮고, 잰걸음으로 저수지를 돌아 내려왔다.
마당에는 멍석이 깔려 있었고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한옆에서는 모깃불이 하얀 연기를 피우며 올라가고 있었고, 쑥부쟁이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퍼지고 있었다.
보리밥에 겉절이 열무김치, 풋고추에 고추장과 된장, 그리고 보리밥을 지을 때 함께 쪄낸 호박잎이 전부였다.
보리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고추장으로 썩썩 비벼 먹어도 되고, 호박잎에 보리밥과 된장, 풋고추를 싸서 먹어도 되었다. 하여튼 시장이 반찬이었다.
저녁을 먹고 수박과 참외를 썰어 입가심을 하고 나면 무더웠던 하루 일과도 끝이 났다.
대청마루에 모기장을 쳐놓고 멍석에 누워 밤하늘 별들을 처다본다.
북두칠성과 그 끝에 북극성 그 옆으로 은하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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