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제기차기

필곡 2019. 2. 18. 17:31

 
 

 
 
오늘이 "개 보름 쇠듯 한다"는 정월 대보름 이브 "개 보름"이고, 내일이 "정월 대보름"이다.
그런데 달보고 소원좀 빌렸더니 다 틀렸다.
오늘 밤에 대설 주위보 란다.
예전에는 큰 명절 중 한 날였는데...
 
어렸을 적 놀이 중에 제기차기가 있다.
제기 차던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제기를 만들던 기억이 있어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그전에는 뭐 좀 만들려면 재료 구하기가 힘들어서 포기들을 많이 했었는데 제기도 그랬다.
재료라고 해봐야 많지도 않은 세 가지뿐인데도 그나마 그것도 구하지를 못해 애를 먹었다.
"엽전"에다가 "청 월치"(칡넝쿨에서 얻은 노끈 만드는 재료로 실처럼 가는 가닥)그리고 철로 된 "병뚜껑"만 있으면 되는데도 말이다.
 
꼭 이것들 세 가지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
그래야, 엽전으로 하여금 적당한 무게가 있게 되고 병뚜껑이야 말로 찰 때마다 착착 달라붙는 소리가 있어 감칠맛을 더해주고 청 월치는 제기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할 때 공기의 저항과 마찰을 적당하게 가감해주는 역할을 해주어 이 세 가지가 찰떡궁합인 것이다.
장에서 파는 물건이나 같아야 엄마한테 때를 써서라도 사다 달라고 할 텐데, 그렇지도 못하고 어렵게 어렵게 궁리 끝에 재료를 구하게 되면 만드는 거야 식은 죽 먹기다.
 
청 월치 한 움쿰을 두뼘 정도 길이로 잘라서 젓가락 정도 굵기로 나눈다음, 나눈것을 반을 접어서 고리가 되도록 하여, 엽전 가운데로 끼워서 청월치 끝을 그 고리로 빼내면 엽전에 청 월치가 묶이게 된다.
그렇게 엽전 둘레에 청 월치가 채워지도록 해서, 그 엽전을 병두껑 안쪽에 안착을 시키고, 병뚜껑 끝을 망치로 때려 안으로 우그려 접은 다음, 병뚜껑을 위로가게 거꾸로 들면 청월치가 늘어져 모아지게 되는데 그것을 손아귀 끝에 약간 나오게 움켜쥐고, 그 끝이 같아지도록 가위로 싹둑 잘라주면 제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인의 손을 거친 멋진 제기도 만들어지고 했으니 방에 앉아서 그림책 이런 거나 보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마음껏 제기차기 하면서 보름 명절을 지내보십시다.
 
제기 찰 때 보면 재기 차는 동무 옆에서 이상하게 손을 꼬고 들었다 놨다 그러는 동무가 있는데 남 제기 차는데 왜? 지가 그러고 있는지...
남 돈 셀 때 옆에서 엄지 손가락에 침 바르고
있는 사람처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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