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설거지

필곡 2019. 3. 30. 18:54

 

 

 

 

 

 

토요일.

일요일에 서울 나들이 때문인지

마님이 머리를 하러 간다고 해서 미용실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다했다는 전화가 와서 가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다한게 아니었습니다.

머리를 말고만 온 것이었습니다.

다시 머리를 풀고 마무리를 하러 가야 된다기에 또, 데려다주고 왔습니다.

또, 다했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또, 갔습니다.

이젠 마트로 가잡니다.

짐꾼입니다.

집으로 왔습니다.

무거운 거 내가 다 들고.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데 자기 부인이 머리에 파마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아는 남자가 있습니까?

어디 있으면 한번 손좀 들어 보세요?

아~ 예, 아이고 딱 한 분 그렇게 계속 들고 있으세요.

 

나는 알잖아요.

네 번씩이나 뭣하러 왔다 갔다 했는지.

바보도 아니고.

그러면 된 거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데 결정적 실수를 했습니다.

말을 했어야 되는데.

그걸 왜 맨날 까먹는지.

"이쁘다"라고.

 

마님이 앉아 보라고 합니다.

미용실 남편 아저씨는 직장 다니면서 주말 부부인데 집에만 오면 그렇게 설거지를 잘한다네요.

얼마나 깔끔하게 잘하는지 주방에서 반짝반짝 빛이 난데나 어쩐 데나.

그래서 어쩌라고.

왜 나를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설거지했는데.

왜 그런데요?

진짜 몰러서 물어보는규.

물어보나 마나 구나.

나랑 닮은 거 같으니.

그렇지요?

이거 읽는 분도?

지금 내 얘기하는 것이래요?

그류~.

 

그런데 그 아저씨도 한 가지 단점이 있데요.

잔소리를 얼마나 하는지 끝이 없다는.

그래도 우리는 잔소리는 않잖아요

그렇지요?

그런 것도 모르면서!

어디다가 비교를!

할걸 해야지!

 

설렁설렁 설거지 끝내 놓고

반성하면서 쓴규.

다음부턴 꼭 해야지.

"이쁘다"구

까먹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