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봄냉이

필곡 2020. 2. 24. 15:50

 

 

 

 

 

 

 

 

 

 

 

 

 

 

 

 

아직은 이르지 않을까?

 

"우수"가 지났다고는 해도 엊그제까지도 쌀쌀했었다.

그래도 "개구리가 잠에서 깬다"는(올해는 자지도 않았겠지만) "경칩"은 지나야 "나물 캐러 가보자"라고 할 것인데, 날씨가 너무도 화창한 것이 미세 먼지도 없이 맑았다.

 

그리하여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고 싶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가 왔다.

"냉이 캐러 가자"며 친구 와이프였다.

같이 차를 타고 시골 양봉장까지 가는길이 근래 드물게 파란 하늘에 구름도 한 점 없이 맑았다.

 

겨울이 지나는 동안 못 갔었는데 오랜만이었다.

벌통 앞에는 벌써 벌들도 나와 날고 있었다.

아직 꽃도 없는데, 겨울내내 움츠리고 있기가 무척 답답했던 모양들이다.

 

청매실 나무가지에는 꽃눈이 움트고 있었다.

흡사 봄처녀들 앞가슴처럼 봉긋하고 팽팽한 것이 곧 터....

3월 초순이면 전라남도 광양 홍쌍리 청매실 농원에는 매화꽃이 향기도 가득하게 만발할 것인지....

 

빈 밭엔 드문드문 냉이가 보였다.

지난겨울이 춥지 않아서 죽지 않고 살아 있었던 것인지, 추위 속에서도 조금씩 자라난 것인지 오롯이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항상 궁금했다.

깊숙이 박힌 튼실하고 하얀 뿌리를 보면 더욱 그랬다.

여자분 둘이는 냉이를 캐고 나는 불을 피웠다.

석봉이는 글을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썰 듯,

 

바람이 휙~ 하고 불면 산으로 불씨가 날아 옮겨 붙을까 겁이 났다.

옛날에 밭둑을 태우며 조마조마 가슴을 태웠던 기억이 선했다.

그러고 나면 산에 불을 내서 불과 씨름하다 등짝이 축축한 채로 한숨과 함께 깨어나곤 했었는데....

 

알불을 헤집어 토란을 소복하게 올려놓고 알불을 끌어다 다시 덮어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꺼내보니 말랑말랑하게 잘 궈져 있었다.

지난가을에 캐서 땅에 묻어 두었던 것이다.

파근파근한 감자 보다도 더 맛있는 토란을 입 주위가(친구 말로 주둥이가) 시커멓게 까먹으며 도란도란 추억도 나누었다.

 

오는 길에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을 또 그렇게 시커멓게 먹었다.

TV에서는 하루 종일 특집 방송이다.

우한 코로난지 대구 코로난지, 코로나도 코로나지만 경제가 더 염려되었다.

"신천지"가 이런 것인가?

그런데 이 와중에도 광화문 광장에서는 뭔 놈의 집회를 한다는 것이지 정신이 온전한 자들인지 참 한심한 작태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19가 얼른 마무리되어 산뜻한 봄을 맞이 했으면 좋으련만....

이달 말일로 계획했던 서울구경이 취소가 되어 못내 아쉬웠다.

 

저녁상에 구수한 냉이 된장국과 함께 냉이 무침이 올라왔다.

냉이를 다듬어서 물에다 여러 번 흔들어 깨끗이 씻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갖은양념으로 팍팍 무쳐주고 접시에 옮겨 닮아 그 위에 볶은 참깨가루를 솔솔 적잖이 뿌린 것이, 향긋한 봄내음과 고소한 깨소금 향으로 저녁 식탁이 한껏 행복했다.

 

소주도 한잔 곁들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