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베이지의 노래
저녁을 먹고 커피를 한잔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해는 넘어가고 그 자리에 옅은 구름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난간에 커피를 올려놓고 기대어 그 광경을 바라본다.
인생의 황혼은 어떨까?
조용하게 소일거리 히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간의 열기에 배가 따뜻해 졌다.
핸드폰을 열어 레인보우 라디오를 켰다.
배미향의 작은 목소리로 멘트가 흘러나온다.
붉은 노을이 서서히 어둠에 묻힌다.
무겁게 전주가 흐른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끊어질듯 이어지며 장중하게 전주는 계속 흐른다.
가슴으로 슬픔이 전해진다.
너무나도 슬프고 애달픈 노래
퀸트를 기다리며 솔베이지가 부르던 노래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또 겨울이 가면 봄이 오겠죠
그리고 여름이 가면 한 해가 오고
또 한해가 가겠죠
그러나 언젠가 그대가
돌아오실 거라 굳게 믿고 있어요
전 확실히 알아요
그래서 난 약속대로 그대를 기다릴 겁니다
난 기다릴 거라 약속했어요
신이여 그대가 어디에 있던 힘을 주소서
세상에 어디에 있던
신은 그대가 그의 발아래
서있음을 기뻐하십니다
그의 발아래 서 있음을
난 이곳에서 그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렵니다.
그대는 돌아올 겁니다
그리고 그대가 하늘에서 나를 기다린다면
우린 만날 겁니다,
내 사랑 그대여!
내 사랑이여 우린 그곳에서 만날 겁니다.
노르웨이의 작은 산골마을에 가난한 농부 페르퀸트와 아름다운 솔베이지가 살았다.
서로 사랑을 하여 결혼을 하였다.
퀸트는 가난으로 고생하는 솔베이지를 위해 외국으로 돈을 벌러 떠났고 그곳에서 온갖 막일을 하면서 큰돈을 벌어 10여 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다 그만 바다 한가운데서 해적들을 만나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간신히 목숨만 건진다.
고향에 돌아왔지만 수중엔 한 푼의 돈도 없었기에 그렇게 그리워하던 솔베이지를 빈손으로 만날 수 없어 다시 이국땅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이번엔 돈도 벌지 못하고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하여 늙고 병들어 몸 하나 의지할 곳이 없게 되었다..
고향에 돌아가 죽는 것이 소원이었던 그는 병든 몸을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 옛날 솔베이지와 살았던 오두막집은 다 쓸어져 가는 채로 있었고 희미한 불빛 아래 한 백발의 노파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솔베이지였다.
솔베이지는 그렇게 긴 세월을 남편을 기다리며 홀로 살았던 것이다.
마주 보던 백발의 두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한없이 눈물만 흘린다.
그날 밤 퀸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고 차갑게 식어가는 남편의 몸을 끌어안은 솔베이지는 남편을 위해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그녀도 남편을 따라 눈물 없는 곳 하늘나라로 떠나간다.
슬픔도 어둠과 함께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