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마늘 대신 총각?

필곡 2018. 10. 28. 07:01

 

 

 

 

 

 

 

 

 

 

 

 

 

 

미끄러지듯 달리는 차창 밖으론 비가 내린다

그리고 음악이 흐른다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 따라 잊힌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 흐름 속에

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 봐야지

슬픔도 그리움도 나혼자서 잊어야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는

가을비 우산 속에 이슬 맺힌다"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슬며시 가슴 한편을 채운다

 

안성 큰 처형님 댁으로 마늘을 심으로 가는 중인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지런한 사람 일하기 좋고 게으른 놈 낮잠 자기 좋게 꼭 그렇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들깨를 베어낸 빈 밭을 트랙터로 로터리 쳐서 비닐을 씌우고 마늘을 심어야 되는 작업이다

비가 좀 더 오면 밭이 질어져서 로터리 작업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그대로 휴일이 된다

농촌일이 그렇다.

쉬는 날이 따로 있는것이 아니고 그렇게 쉬는날이 일요일인 것이다

먼길 와서 그냥 가기도 그렇고 비가 그만 그치기를 바라며 총각김치라도 담가서 가져가기로 하고 총각무를 뽑으러 밭으로 갔다

무 앞에 총각(?)이 붙어있는 것이 참 거시기하다

딸랑이(?) 무라고도 하던데 그것 역시 그렇다

아주머니들 여럿이 모여 김장하면서 무 생김새를 보고 여러말들이 오가며 생겨 났을것으로 생각이 든다

옛 성현(?)들의 발상이 가히 해학적이다

무우 배추 쪽파 대파 갓등 김장용 채소들이 잘 자라 있었다

2,3주 후에는 김장하러 또 와야 되는 밭이다

총각김치를 담글 정도의 양을 뽑아다 다듬고 씻어서 절궈놓고 점심을 먹고 마늘심을 밭으로 향했다

그동안 날이 개어서 마늘 심는 작업을 해도 될 것 같았다

트랙터를 앞세워 차에다 비료와 걸음을 싣고 뒤를 따랐다

토요일이라서 가까이 사는 사위 내외가 와서 비료, 걸음 뿌리는 작업을 하는데 우리 내외도 열심히 거들었다

여러 명이 웃어가며 하니 힘들다기보다는 재미있었다

로터리를 치고 비닐 씌우는 작업까지만 했다

해길이가 마늘 심는 작업까지는 허용을 하지 않았다

해가 많이 짧아져 있었다

큰 처형님께서 "이만큼만 해놔도 걱정이 없다"라고 하셔서 다행이다

더 이상 못하고 돌아서기가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와서 절궈놨던 잘 절궈진 총각(?)으로 김치를 담아서 여섯 집이 나눠 각 집 김치통에 담는 것으로 오늘 일과가 끝났다

총각김치 나눠먹는 이유로 자매들이 또 만났다

자매 가족들이 모였으니 그냥 헤어진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낮에 일하면서도 재미있었지만 진짜 지금부터가 재미있는 시간이다

여러 명이 빙 둘러앉아 저녁 겸 술파티로 이어지는 자리는 그동안 쌓였던 무수한 얘기들과 농담으로 웃음이 느끼지 않고 늦도록 이어졌다

이것이 살아가는 재미고 행복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