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그러니까?

필곡 2018. 12. 22. 13:55

 

 

 

 

 

 

밖이 훤한 느낌에 눈이 떠졌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일어나 창문 커튼을 열어보니 온통 하얗다.

함박눈이 계속 내리고 있다.

"눈이 엄~청 쌓이겠구나"

커튼을 도로 닫고 거실로 나갔다.

규민이가 할머니 옆에서 나란히 자고 있다.

숨소리가 고른것이 깊이 잠든 모양이다.

날씨가 춥길네 보일러 온도를 높였더니 바닥이 뜨거운지 이불을 차 버리고 자고 있다.

손으로 바닥을 짚어보니 따끈따끈하다.

규민이놈 고개가 꺾어지도록 뒤로 저치고 자는 모습이 작은 아버지가 항상 얘기하는 내 모습 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이불을 당겨 잘 덮어 주고 온도를 조금 낮춰 놓았다.

냉장고를 열어 물을 한컵 따라 마시고

화장실로 들어가 소리가 나지 않도록 변기에 앉아서 소피를 보고 방으로 들어왔다.

잠은 안오고 컴퓨터를 켜고 앞에 앉았다.

블로그에 접속한다.

 

거실서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할머니와 규민이가 일어난듯하여 컴퓨터를 끄고 거실로 나왔다.

할머니가 거실 커튼을 열어 놓았다.

"규민아 눈 보여 줄까 저기 하얀 눈 좀 보자"

"규민아 눈~ 해봐 눈~"

할머니가 안고 베란다 밖에 눈을 가르킨다.

규민이가 "눈 눈"하면서 할머니 눈을 찌른다.

"그래 그래 그것도 눈이고 저것도 눈이지"

"이건 할머니 눈이고 요건 규민이 눈이고 저기 밖에 하얗게 쌓인 것은 흰 눈이 고"

"할아버지 머리도 하얗게 눈이 왔네요"

ㅎㅎ

 

"규민아 너는 할아버지한테 오고 할머니는 맘마 하라고 하자~"

"이리 오너라 규민아~ 아휴~ 착하지~"

규민이를 할머니 한 데서 건네받아 안고서 펑펑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고 있다.

텃밭에 쌓여가는 눈을 보니 예사롭지 않다.

 

"?하니 하니~"

"아바"의 "슈가 슈가"가 흘러나온다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일어나셨어요

눈이 많이 오고 있네요"

 

"그래 일어났냐

눈이 많이 오고 있구나

니들도 잘 있지

규민이도 잘 놀고 있으니

걱정 말거라

그리고 오늘은 오지 말거라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겠다"

 

"그래요 다음 주에나 갈게요

규민이 노는 모습 좀 보여주세요"

 

"그래 알았다"

(핸드폰을 영상통화로 전환시킨다)

 

손주 녀석을 맡겨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가는 아들 내외가 오늘은 못 올 것 같다.

그래 영상으로라도 맘껏 보거라

일요일만 되면 어린 규민이도 아빠 엄마를 기다리는데 지들은 또 얼마나 보고 싶을까.

 

"규민아 밥 먹자"

할머니가 아침 준비를 마쳤나 보다

"규민아 이제 그만 맘마 먹자"

핸드폰을 끄고 거실에 차려놓은 밥상에 마주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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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2월 26일 토요일 ?☃️

 

어제부터 3일간 달력에 연휴 표시다

혹시나 아들놈이 올까 싶어 늦도록 기다리다 규민이와 거실서 잤다.

새벽에 할아버지가 방에서 나왔다 들어가는 소리에 깼다.

일어나서 베란다 문 커튼을 한 손으로 저쳐 함박눈 오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방으로 들어갈까 하다 할아버지 방해될까 싶어 규민이 옆에 도로 누웠다.

규민이가 쉬가 마려운지 뒤척이다 칭얼거린다.

기저귀를 빼주고 토닥여 다시 재웠다.

 

지난날 생각이 난다.

둘이서 같은 시기에 일을 그만두고 시골에 100여 평 땅을 장만하여 조그맣게 집을 짓고 나머지 땅은 텃밭으로 사용하며 손주를 데려다 함께 알콩달콩 살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고 즐거움인지 위안을 삼는다.

 

규민이가 깼다.

할아버지도 방에서 나오셨다.

규민이와 함께 눈 오는 모습을 보다가 규민이를 할아버지께 건네고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 준비라고 해봐야 별것 없다.

항상 먹는 김치에 거실에 키우는 콩나물로 얼큰하게 국이나 끓이면 좋아하시니 그렇고, 규민이는 계란말이와 생선구이 가시를 발라 밥 위에 얹어주었다.

잘 먹는다.

그들(?)과 식성도 닮았다.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할아버지는 규민이 옷을 단단히 입혀서 마당에 나가 눈싸움을 하다가 이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눈, 코, 입...

거실 안에서 둘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아~ 이것이 행복이구나.

눈시울이 졌는다.

 

봄이 되면 마당 한쪽에 흙벽돌로 조그맣게 찜질방을 짓는다고 한다.

그러면 무엇으로 보답을 할까.

40년 전에 보았던 그런 통기타를 사다 그 방에 걸어드려야겠다.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