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일주일 후면 입춘이고 설날이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이 벌써 코앞에 와있다.
어려서는 설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었는지 몇 날 며칠을, 며칠 남았네 며칠 남았네 손가락 셈을 반복하면서 지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그립다.
입춘이라고 해봐야 봄이 오나보다 일깨워줄 뿐이지 요즘이야 각자 전문 분야에서 일들을 하니, 절기를 따져가며 일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예전에 우리 집 뒤꼍 돌담 사이에는 한 아름드리도 넘는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었다.
나는 고목으로 서있는 것만 보았지 대추가 달리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렇게 커다란 대추나무는 여태껏 보질 못했다.
작은아버지 말씀에 따르면 대추도 크고 엄청 많이 달렸었다고 했다.
지금이야 품종개량으로 사과만큼 커다란 대추도 나왔고 그래서 "사과대추"라고 한다지만.
6.25 당시 작은아버지가 10살 정도 였을때 인민군인들이 우리 집으로 들이닥쳐서는 어른들을 찾다가 안 계시니까, 작은아버지 보고 대추 떤 것이 어딨냐며 물어 보더랍니다.
그러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될것을, 딴은 뺏길까 봐 아까워서 그랬는지 담을 사이하고 있는 옆집 대추나무라고 했더랍니다.
그랬더니 인민군들이 옆집으로 우르르 몰려 가더랍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인민군들이 다시 몰려와서는 총부리를 들이대면서 바른대로 말 안 하면 죽여 버린다고 윽박지르더랍니다.
얼마나 겁이 나던지 울지도 못하고 인민군들을 데리고 뒤꼍으로 가서 대추나무 밑에 있다고 알려주었답니다.
어른들이 그럴줄 알고 미리 대추나무 밑에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 놓았었다고 합니다.
인민군들은 무슨 자루 같은 데다 잔뜩 담고는 각자 주머니에다 수북하게 넣어가지고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가버렸답니다.
끝.
이 얘기를 왜했냐구요?
글쎄요? 왜 했지.
아~하!
대추 이름이 왜 대추가 됐는지 아십니까?
오래도 아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대추를 조(棗)라고 했다고 합니다.
조는 크기가 아주 작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왜놈들 보고 "조 새끼"라고 했다고 하던가 하여튼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청나라로 사신 갔던 사람들의 눈에 보인 것이 조 나무하고 똑같이 생긴 나무에서 커다란 조가 달린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나무를 가져다 심었더니 커다란 조가 많이 달려서 그것이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고, 그 나무를 잘라다 접붙이기를 하여 전국으로 퍼져 갔다는 설이 있기는 있는데~
글쎄요?
그래서 커다란 조를 "대조" "대조" 하다가 그만 "대추"가 됐다나 뭐라나.
예전 집 뒤꼍에 있던 대추나무가 그 대조 나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