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도 꽃피는 산골이다.
사방 팔방 산으로 둘러쌓인 고향 마을은 사월 오월이 되면 앞산에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벚꽃, 아카시아꽃, 밤꽃등 온 산이 차례차례 꽃으로 물들어 갔다.
아주 어릴적에는 사물에 대한 깊이가 없어 꽃이 피는지 지는지 향기가 짙은지 옅은지 철모르고 지나갔다.
그런데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이 노래를 흥얼거릴때면 꼭 생각이 나는 것이다.
고향집 앞 골목에 커다랗고 고목인 살구나무가 있었다.
나무가 얼마나 컸던지 어린마음으로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나무에 빨갛게 꽃이 피면 그냥 환했다.
골목에 불이 난 것 같았다.
볼에 물이 들었다.
빨갛게.
마음도.
바람이 불면 빨갛게 꽃비가 내렸다.
춤을 추며 내렸다.
어지러웠다.
빠알간 꽃대궐 이었다.
나의 어릴적 한편의 동화같은 봄이다.
지금은 없어진 그 살구나무가 눈에 선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