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작은아버지와의 추억(극장가는 길에서)

필곡 2018. 11. 24. 20:09

 

 

 

 

 

 

"나는 스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전설이 될 것이다"

요즘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가 한 말이다

말대로 전설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오면서 어릴 적 처음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던 때가 생각이 났다

국민학교 시절 방학 때가 되면 서울 작은아버지 댁에 가서 한 달씩 있다 올 때가 있었는데, 당시 작은아버지는 신혼이었고 작은 가게를 하고 계셨다

 

처음엔 가게 앞에서 놀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일과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 나가는 것이 재미있었다

시골에서 살던 나에게는 모든 것들이 처음 보게 되는 것들이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골목골목 간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으며 다니기도 했고, 영화 포스터가 담벼락에 여러 장 붙어 있으면 한참 동안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거리에서 가장 눈길을 끌며 선정적인 것은 영화 포스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내가 그러고 있는 것을 작은아버지가 봤는지 하루는 저보고 영화 보러 가자며 극장을 데리고 갔다

극장까지의 거리가 어느 정도 됐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2, 3킬로 정도로 20분이나 30분 정도 걷는 거리였던 것 같다

작은아버지가 큰길로 어느 정도 가다가 골목골목으로 해서 앞서가면 저는 뒤따라 가면서 간판도 읽고 처음 보는 것이 있으면 쳐다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걷다가, 작은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지면 작은아버지는 잠깐씩 서서 발걸음을 맞추어 주면서 "영화 시간 늦겠다 빨리 따라 와라"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앞서가던 작은아버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큰일이다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며 다녀보기도 했지만 안 보인다

처음 와본 길이라 여기가 어딘지 당연히 알 수 도 없었다

가던 길을 무작정 갈 수도 그렇다고 돌아갈 수도 없어 안절부절못하고 동동거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 마음에 별생각이 다 들었다

"못 찾게 되면 어떡하지, 집에는 갈 수 있을까"

그러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작은아버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재필아~"

저~기 앞에서 손짓하고 있었다

어이쿠 휴~

이제부터는 절대 떨어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잘 쫓아다니라고 장난으로 숨어서 보고 있을 줄은 그때는 전혀 몰랐고, 내가 한눈을 팔다가 그렇게 되었는 줄 알고 크게 후회했었다

그렇게 극장을 도착해서 영화를 보기는 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영화 제목도 생각이 안 난다

어린이도 같이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꼬마신랑"이었거나 뭐 그런 유의 영화...

어른들이 밤에 사랑하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된 것도 그때였고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그래 봐야 어린이도 함께 보는 영화에 야한 장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리고 얼마 후, 또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처음에 갔던 그 길로 해서 극장을 가게 되었다

그때도 바짝 붙어서 쫓아가질 못하고 여기저기 간판들을 처다 보며 걷는 습관은 그대로였고 정신을 못 차렸었나 보다

골목길로 들어서서 얼마큼 갔을 때였다

앞서 가던 작은아버지가 안보다

분명 그곳에 계셔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안 보인다

지난번 일이 생각났다

지난번 그 일이 있은 후에 작은아버지가 친구분들과 술을 드시며 하는 얘기를 들었다

저를 철들게 하기 위해 정신 차리라고 일부러 그랬었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그런 이유로 숨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은아버지는 내가 울며 불며 찾아다닐 거라고 생각하며, 어디 숨어서 보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이번에는 내가 숨어(?) 보면 어떨까 하고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났다 ㅎ ㅎ

 

그래서 옆골목으로 들어가서 얼른 가게문 열어서 세워놓은 곳에 몸을 숨겨 기다리고 있었다

혹여 뭔 일이 생겨도 한번 다녀간 길이니 찾아갈 수 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참 후에 작은아버지가 왔다 갔다 하며 애타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재필아~ 재필아~"

그만 나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조금만 더 있다 나가보자

그러고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 후, 아까보다 더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리고 많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 혼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작은아버지가 다른 곳으로 찾으러 가고 있을 때 슬그머니 나가서 작은아버지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뒤에서 큰소리로 불렀다

"삼촌~"

삼촌이 뒤돌아 봤다

.

.

눈물 나는 상봉이었다

(ㅠ ㅠ) (ㅎ ㅎ)

 

왜 그랬냐는 물음에

"그러니까 앞으로 떼놓지 말고 잘 데리고 다니라고" 그랬다가 뒈지게 혼났다 ㅠ ㅠ

그리고 이틀을 굶었던가 ㅎ ㅎ

 

극장에 도착하니 영화는 시작된 지 한참 후였고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다

앞에 못 본 부분은 어떻게 하지 궁금해하면서...

그땐 참 무지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숙부모님은 지금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시고 가까운데 사셔서 가끔 만난다

조만간에 영화라도 한편 같이 보고 그때를 회상하면서 술이라도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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