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

대상포진

필곡 2019. 9. 18. 20:40

 

 

 

 

 

 

 

 

지루하게 이어지던 늦여름 장마를 끝내고, 청명한 하늘과 밝은 보름달로 한가위 명절을 보내고, 풍성한 마음으로 가을을 맞이 하게 되었다.

하늘이 새파란 것이 무척 높다.

 

8월의 끝자락 어느 날 저녁을 먹고 나서 TV를 보고 있는 마님 들으라고 한마디 한다.

 

"두들겨 패고 싶다?"

 

"아니 이양반이 그런데 저녁을 잘못 드셨나? 뜬금없이 누굴 두들겨 팬다고 그려요. 나한테 그러는 거유?"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어깨쭉지좀 두들겨 패고 싶다고.

저기 소주병 좀 가져와봐요."

 

"아니 또 담이 들었나 왜 그런대요?"

 

"그런가 보네요.

어깨죽지 좀 두들겨 봐요."

 

"여기유"

 

"그려요 거기.

좀 더 세게. 더 더 더..."

 

"퍽 퍽 퍽 퍽..."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세게!"

 

그리하여 아무 잘못도 없이 그냥 두들겨 맞고 있었다.

 

<목요일>

특별하게 무엇을 한 것도 없는데 어깻죽지가 아파왔다.

쿡쿡 찌르면서 아픈 것이 담이 들은 것 같았다.

어~

왜 이러지.

담이 드나.

어깻죽지가 아픈 듯하더니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런데 이상했다.

담이 들었을 때는 가슴까지 아프진 않았었는데...

가슴으로 해서 팔까지 저린지 시린지 하면서 통증이 같이 오는 것이 거참 이상했다.

가슴을 쿡쿡 쑤시는 통증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하던 아픔이었다.

피가 못 돌아서 그런가?

얼핏 심근경색이 아닌가 싶어서 겁이 났다.

몸 왼쪽 위 가슴과 겨드랑이로 해서 어깻죽지와 팔까지 통증이 심하여 잠도 못 자게 아팠다.

 

<금요일>

출근도 못하고 병원에 가기로 했다.

가까운 곳에 대학병원이 있어 그리로 가서 진찰을 해보기로 했다.

08시 30분 마님은 출근하고 나는 병원으로 가서 도착하니 08시 40분 접수대에서 증상을 말하고 접수를 하려니 심장내과로 가서 접수를 하라고 한다.

심장내과로 찾아가 접수를 하니 오후 3시 30분에나 진료 예약이 된다고 하였다.

고혈압을 체크하였다.

170 - 110 무척 높게 나왔다.

진통 때문에 그러리라 짐작했다.

집으로 와서 기다리는데 고통스러웠다.

집에 진통제가 있어 먹어 보았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다.

차라리 개인병원으로 갈걸 그랬나!

후회스러웠다.

응급실로라도 가고 싶었지만 미련하게 참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개인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보고 입원을 하는 것이 100번 옳았다.

시간에 맞추어 병원에 갔지만 기다리는 시람이 많아서 30분 이상 기다리다가 4시가 넘어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우선 X-ray 찍고, 심전도 검사하고 결과를 보면서 진단해볼까요?"

심장내과 의사가 증상을 들어보더니 하는 말이다.

"기다리는 동안 검사를 받아 놓도록 하던지 하지!"

속으로 중얼거리며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를 하고 또 차례를 기다렸다 진료실로 들어갔다.

X-ray나 심전도 검사로 보았을 때 심장이나 혈관에 이상이 없단다.

그러면서 요즘에 운동을 심하게 하였거나 갑자기 안 하던 일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글쎄요.

운동을 한적은 없고 일요일에 시골에 가서 김장배추 심는데 도와주고 온 적은 있다고 하였더니, 그럼 근육 통증약을 처방해 줄 테니 약을 먹고 기다려 보자고 하면서, 차도가 없이 진통이 심해지면 바로 응급실로 오라고 했다.

더 자세한 검사를 위해 MRI, 초음파, 혈액검사 날짜를 예약해 놓고 가라고 한다.

 

20일 후에나 검사날짜가 잡혔다.

너무 길었다.

집으로 와서 약을 먹고 기다려도 진통이 가라앉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약을 또 먹었는데도 차도가 없었다.

마님은 자기가 너무 두들겨 패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면서 보기에 너무 안쓰러운지, 미련 떨지 말고 응급실로 가자고 한다.

내가 미련을 떨고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느꼈다.

지체 없이 따라나섰다.

응급실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응급실 의사가 증상을 얘기해 보란다.

낮에 진료받은 얘기와 증상을 얘기했다.

의사가 손가락을 꼬부려가며 얘기한다.

첫째, 심장에 이상이 있다.

둘째, 목디스크 때문이다.

셋째, 근육통이다.

넷째, 엄살이다

그러면서 검사해 보자고 한다.

X-ray 찍고, 심전도 검사하고, 피 뽑고, 진통제 주사 맞고 누워있었다.

3시간 후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한 시간이 지나도 차도가 없다.

간호사에게 얘기했더니 진통주사를 한방 더 놓았다.

검사 결과 이상 징후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 엄살이란 말인가?

진통제만 한방 더 맞고 집으로 왔다.

응급실 이용료는 기본 8만 원에 플러스알파(처방료)인 듯했다.

진통제를 많이 맞아서 그런지 조금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토요일>

아침에 그리고 점심에 약을 먹을 때까지는 참을만했다.

오후가 되면서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혼자서 응급실로 가기도 그렇고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덜할까 하고 한의원을 찾았더니 토요일이라 진료시간이 지났다.

두 군데를 찾아갔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저녁을 먹고 약을 먹었으나 통증이 점점 더해졌다.

더는 못 참겠어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X-ray 찍고 피 뽑고 진통제 주사 맞고 누워있었다.

또, 어제와 마찬가지였다.

검사 결과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퇴원했다가 오전에 통증의학과로 가보라고 했다.

진통제 주사만 한방 더 맞고 집으로 왔다.

 

<일요일>

대학병원 의사들 진료가 맘에 들지 않았다.

일요일에도 진료를 보는 개인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일 년 전 두통 때문에 갔던 신경. 정형외과 병원에 가서 접수하고 진료 전에 X-ray 찍고, 심전도 검사하고 진찰을 받았다.

이상이 없단다.

어깨 초음파 검사도 하였으나 이상이 없단다.

더 자세하게 보기 위해 MRI 검사를 하자고 한다.

MRI 사진도 부위별로 찍는다며 한 번에 40만 원 이란다.

목디스크 관계를 보기 위해 목 부위 MRI를 찍기로 했다.

내일 10시에 예약이 되었다.

 

<월요일>

출근을 포기하고 병원을 가서 MRI를 찍고 담당의사를 만났다.

목에 디스크 조짐이 약간 있기는 한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통증 부위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더니 팔뚝에 조그맣게 수포가 보인다며 대상포진 초기 증상 같다고 한다.

목디스크에 주사를 놓고 대상포진 약을 처방해 줄 테니 경과를 보자고 했다.

의사 선생님께 "대상포진으로 인한 통증에, 근육 통증 약이나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 통증이 덜해지나요" 하고 여쭤봤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럼, 그동안 먹고 주사 맞은 것은 헛고생이었던 것인가?

대상포진 주사를 엉덩이에 맞았다.

먼저 먹던 근육 통증약은 먹지 말고 대상포진 약만 먹으라고 했다.

대상포진 약을 처방받아 약국을 들려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약을 먹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팔뚝에 수포가 조금 더 부풀어 있었다.

대상포진이 확실한 것 같았다.

심근경색이 아닌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화요일>

어제 대상포진 주사와 약을 먹어서 그런지 통증이 많이 완화되었다.

출근을 하였다.

그런데 퇴근을 하고 저녁때가 되면서 다시 통증이 시작되었다.

수포도 점점 번지더니 가슴, 어깻죽지, 팔, 손바닥까지 번졌다.

밤이 되면서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주사약 효과가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수요일>

통증 때문에 출근을 못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왔다

통증은 계속되었다.

원인을 알았고 약 처방을 받았으니 통증이 잦아들고 시간이 가서 얼른 낫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통증이 얼마나 괴롭힐지 걱정스러웠다.

약을 먹고 있는데도 좀 덜하기는 하지만 통증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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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이 지나고도 통증이 지속되고 있다.

쉽게 낫는 병이 아닌가 보다

진작에 예방접종을 했어야 할 것인데 후회스러웠다.

옆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느꼈는지 마님은 오늘 예방접종을 맞고 왔다.

 

예방접종 정상 가격이 15만 원인데 지인 소개로 13만 원에 맞았다고 한다.

 

20여 일 동안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대상포진을 적어 보았다.

 

'대상포진'은 어려서 앓았던 수두가 완치되지 않고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발병하여 겉 피부에는 수포가 생기고, 몸안에서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신경줄기를 갉아먹는 것으로 통증이 대단하여 참기 힘든 병이다.

낫는 기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 정도로 개인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부위는 사람마다 다르며 특히 얼굴이나 머리에 발병할 경우 더욱 고통스럽고 위험하다고 한다.

 

그러니 평소에 잊고 있던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꼭들 맞으라고 권하고 싶은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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