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2020년 괴산 쌍곡계곡)
올여름은 유난히도 장마가 길고 피해를 많이 남기고 있다.
보통 7월 말이면 끝나는 장마가 8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으며, 여기저기서 국지성 호우로 좋지 않은 기록을 새롭게 세울 모양이다.
휴가지로 떠나기전 펜션 사장님께 현지 사정을 물었더니 여기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물도 맑고 괜찮다고 하였다.
여러 명의 약속이고 휴가지에 펜션 예약을 해 놓았으니 안 갈 수도 없고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3일 안성으로 10시에 모여서 아홉 명이 두 대의 차로 가기로 하고 평택-제천 고속도로로 가다가 음성(괴산 방향) TG에서 내려 30분 정도 가면 되는 계곡이다.
집에서 9시에 출발하여 안성에서 만나 고속도로에 오르니 뭔 시샘이라도 하듯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갑자기 앞유리에 습기가 뿌옇게 꼈다.
Automatic(자동 공조장치)로는 습기가 제거 되지 않았다.
이상하다 고장인가!
수동으로 외기로 하고 습기제거 스위치를 켜도 되지를 않는다.
찬바람이 나오질 않는다.
당황스러웠다.
콘덴서 펜 자동센서가 고장인 것 같다.
증상으로 보면 그렇다.
비가 쏟아지는데 갓길에 위험하게 차를 세울 수 도 없고 휴게소까지 가는 동안 동서 형님이 조수석에 앉은 죄로 말 그대로 완전 수동으로 와이퍼 노릇을 대신하였다.
ㅎㅎ
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스럽고 미안했다.
그렇게 하면서 힘들게 휴게소에 도착했다.
차 보닛을 열어 보니 예상대로 콘덴서 펜이 돌지를 않았다.
날개가 돌아야 찬바람이 회전될 것인데...
펜 상부에 부착된 자동센서 콘센트를 빼니 윙~하고 펜이 돌기 시작하였고 찬바람이 나왔다.
차 안으로 들어가니 금방 습기도 제거됐다.
이렇게 시원한 것을 답답해서 혼났다.
동서 형님만 고생(?)을 시킨 꼴이 되었다.
음성 TG를 지나면서 비도 잦아들고 개이기 시작했다.
현지가 가까워진 하천을 쳐다보니 물이 맑고 풀숲이 쓸리지 않은 것이 펜션 사장님 말대로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펜션에 도착하였다.
"맴~ 맴~ 매~~ 앰"
매미소리가 맨 먼저 우렁차게 반겼다.
도착하자마자 맨 먼저 계곡물을 쳐다봤다.
장마 중임에도 맑고 깨끗했다.
깨끗하다 못해 파랬다.
산을 쳐다보니 앞산 뒷산 모두가 높은 것이 고개를 한참 쳐들어야 했다.
"그래서 그렇게 물이 깨끗하구나!"
안심하면서 짐을 풀고 점심으로 버섯전골을 주문했다.
펜션 사장 부부가 직접 수확한 버섯이라고 했다.
짐을 푸는 동안 점심상이 차려졌다.
팔팔 끓고 있는 전골에는 능이, 싸리, 닭다리 버섯 등 여러 가지 버섯 재료도 풍부하고 향도 진하고 국물 맛 또한 시원한 것이 입안에서 감칠맛이 확 돌았다.
식감까지 좋은 것이 역시!
버섯요리 경험이 많은 솜씨였다.
계곡 옆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금방 발이 시렸다.
그렇게 물가를 들락거리며 웃고 떠드는 동안 시간이 흘러 높은 산 밑으로는 일찌감치 어둑어둑 저녁이 찾아들었다.
저녁으로는 장어구이와 소주가 곁들여졌다.
또다시 비가 퍼붓기 시작한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정취를 느끼면서 한 잔이 두 잘되고, 두 잔이 석 잔되고 술맛이 달짝지근하니 자갈논 마른갈이에 봇물 들어가듯 잘도 들어간다.
어느 정도 마셨는지 늦도록 계속됐다.
술 지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TV를 켜니 호우 특집 방송이 나오고 온통 물바다였다.
이곳은 그렇게까지 많은 비가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더위를 피해 온 것이 아니라 장마를 피해 온 기분이 들었다.
얼른 피해복구가 되어 정상적인 삶이 시작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새벽부터 요란하게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잠을 깨운다.
냇가로 나가 시원하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채로 쁘득쁘득 세수를 하였다.
새벽 공기가 시원한 것이 상쾌하다.
흐르는 계곡물소리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