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날씨라고는 하지만 초복 이름값을 하는지 무지하게 덥다.
원두막에 가서 개울가에 담가놓은 수박이라도 한통 깨서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꿀떡) 같다.
원두막하면 생각나는 것이 개똥참외라고도 불렸던 조그마하지만 꿀같이 달았던 개구리참외와 정이 많으시던 할아버지 그리고 사연도 많은 참외서리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하천부지 밭 한옆으로 원두막이 서있다.
활짝 들어 받쳐놓은 들짝문 안에서는 할아버지께서 연신 부채질을 하고 계신다.
한쪽 기둥은 구부정한 밤나무 고목이 대신하였고 나머지 세 기둥들도 밤나무기둥만큼이나 적당하게 굽어 정취를 자아내는 2층 원두막이다.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만들어 세워 놓았고 그리로 올라가면 높기도 한 데다 약간 흔들거려 무섭기도 하였지만 친구들이 장난 삼아 확 하고 미는 시늉을 하면 더욱 무섭고 움찔했다.
바닥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들고 그 위에 돗자리가 깔려 있어 그 자리에 앉으면 폭신한 것이 안정이 되었다.
거기에는 장기판도 있고 각 기둥마다에는 호롱 등잔과 부채와 밀짚모자 등이 각각 걸려있고 한쪽 구석으로는 큼지막한 도마와 칼이 놓여있다.
원두막 난간에 기대앉아 활짝 들어 고여놓은 들짝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맞으며 여름 풍경을 느끼면서 두런두런 담소를 나눠가며 수박과 참외를 먹고 있노라면 온갖 시름이 다 날아가는 것이다.
원래 원두막이라고 하면 한여름 참외나 수박밭을 관리하면서 쉬기도 하고, 참외나 수박을 먹고 가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또, 밤이면 참외나 수박 서리를 지키기 위하여 망을 보는 곳으로 한여름의 풍경과 잘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 고향마을에 있었던 원두막의 풍경이다.
그 원두막이 그립다.
어느 해인가 무지막지한 장마로 개울 둑이 터지면서 참외밭의 참외는 다 쓸려가서 온데간데없고 물 빠진 참외밭에는 모래와 자갈만 수북수북 참외와 수박을 대신하고 있었다.
원두막 할아버지는 그것을 보면서 뭐라고 뭐라고 중얼중얼 낙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요즘은 원두막은 없어지고 패널식 농막이 대신하면서 옛날 정취를 모두 앗아갔다.
아니면, 사람들이 편리하도록 시대에 맡게 많이 발전되었다고나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