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돌아오는 설이건만 항상 설렌다.
아마도 가족들과 함께 즐기며 쉴 수 있는 연휴가 있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설날 아침 차례 상차림이 분주하다.
"준비한 음식 빠트리지 않고 다 차려졌나 잘 확인해 봐요"
"네. 저기 상 가운데 간장만 갖다 놓으면 다 차려진 것 같은데요"
"그럼 향 피우고 차례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차례는 시작돠고 집안의 가풍에 따라 격식을 엄격하게 지켜가며 지내는 집안도 있을테고, 요즘 세태에 따라 격식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는 집안도 있을 것이다.
차례나 제사 지내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예전에 향을 피우던 추억이 생각나서....
어려서도 지금도 명절이나 제사때 향로를 준비하고 향을 피우는 것은 항상 나의 몫이었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기에 장손을 대물림 한 까닭이고 장손이 첫 잔을 올리기에 앞서 향을 피웠기 때문이다.
요즘이야 형편들도 좋고 시장에 가면 좋은 제품의 제기들이 흔하여 제사를 지내는 집안에서는 쉽게 장만하여 잘 갖춰놓고 사용하고 계실테지 만, 이전에는 제기라고는 목기 몇개가 전부였을 만큼
서민들의 삶은 그랬다.
그럴진대 제대로 된 향로가 있을리 만무다.
우리집도 향로라고 사용했던 것은 壽자, 福자가
선명하게 박혀있는 사기로 된 탕기였고, 그 탕기에 알불을 너무 괄지 않게 재와 섞어 담아서 접시를 받쳐 놓으면 그것이 향로였다.
제사때 쓰는 향도 여러 종류가 있을테지만 흔히들 시중에서 구입한 기계로 찍어낸 길쭉한 향을, 향로에다 쌀이나 모래를 담아놓고 거기에 불 붙은 향을 꽂아 놓는 것이 알반적이다.
하지만 이전에는 그런 향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향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전통이어서 그랬는지 우리집도 오래된 향나무를 짧게 토막내어 보관하던 것이 있어서 향을 피울일이 있을때마다 그 향나무 토막의 일부를 과도로 잘게 저며서 그것을 종지에 담아 사용하였다.
향로불에 향나무 저민 것을 한 꼬집 집어 넣으면 향나무 조각들이 타들어 가면서 연기와 함께 향 내음이 방안에 은은하게 퍼졌다.
지금은 그렇게 해보고 싶어도 불때는 아궁이가 없으니 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 향 내음이 가물가물하게 생각이 난다.
현실의 변함속에서도 잊혀지지 않고....